- 저자
- 토마스 만
- 출판
- 을유문화사
- 출판일
- 2008.06.20
- 저자
- 토마스 만
- 출판
- 을유문화사
- 출판일
- 2008.06.20
마의산: 시간의 미로에서 만난 나의 내면 여정
토마스 만의 대작 「마의산(Der Zauberberg)」을 처음 펼쳤을 때, 솔직히 두꺼운 분량에 겁을 먹었다. 책장을 넘길수록 점점 깊어지는 철학적 사유와 복잡한 인물들의 내면 세계는 때로는 버겁게 느껴졌지만, 이 여정을 완주한 지금, 나는 분명 이전과는 다른 사람이 되었음을 고백한다.
산 위의 시간, 나의 시간
"시간은 무엇인가?" 이 질문이 소설 전체를 관통한다. 주인공 한스 카스토르프가 사촌을 방문하기 위해 스위스의 결핵 요양원을 3주 동안만 방문할 계획이었으나, 그것이 7년으로 늘어나는 과정은 내 삶을 돌아보게 했다. 나 역시 '잠시만'이라는 핑계로 미뤄둔 결정들이 어느새 인생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으니까.
요양원에서의 시간은 평지에서의 시간과 다르게 흐른다. 만성 질환을 가진 환자들에게 시간은 늘어지고, 의미를 잃고, 때로는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느껴진다. 이 부분을 읽으며 코로나 팬데믹 시기의 나를 떠올렸다. 하루하루가 똑같이 느껴지고, 시간의 감각이 무뎌지던 그때의 기억이 생생하게 되살아났다.
"시간이란 무엇인가? 시간이 현재라면, 현재는 어디에 있는가?"
이 구절을 읽을 때마다 가슴이 먹먹해졌다. 우리는 모두 시간이라는 바다 위를 떠다니는 작은 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토르브렘스키와 나프타의 충돌, 내 안의 이성과 감성
소설 속 인물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계몽주의적 이성을 대변하는 세토르브렘스키와 신비주의적 열정을 상징하는 나프타의 대립이었다. 이들의 끝없는 철학적 논쟁을 읽으며, 나도 모르게 내 안에서도 비슷한 대화가 오가고 있음을 발견했다.
나는 세토르브렘스키의 합리적 태도에 공감하면서도, 나프타의 신비주의적 열망이 주는 전율 또한 무시할 수 없었다. 이성과 감성, 합리와 신비 사이에서 흔들리는 나의 모습을 한스 카스토르프의 혼란 속에서 보았다. 그가 두 사상가 사이에서 방황하듯, 나 역시 삶의 여러 갈림길에서 비슷한 혼란을 겪어왔다.
죽음의 그림자 아래서 발견한 삶의 의미
마의산에서 죽음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일상의 일부로 존재한다. 요양원 환자들은 죽음의 그림자 아래서 살아가지만, 역설적으로 그들의 삶은 더욱 강렬한 의미를 띤다. 이 부분을 읽으며 나는 깊이 사색에 빠졌다.
한스가 눈 속에서 거의 죽음을 맞이했다가 돌아오는 장면에서는 실제로 눈물을 흘렸다. 죽음을 직면했을 때 비로소 삶의 진정한 가치를 깨닫는다는 것, 그것은 내가 가까운 사람을 잃었을 때 느꼈던 감정과 정확히 일치했다.
"삶이 짧다는 것이 그것의 부족함이 아니라 오히려 그 완전함의 일부이다."
이 구절은 내 삶의 모토가 되었다. 유한하기에 더욱 소중한 것이 우리의 삶이 아닐까.
질병과 창조성, 나의 상처와 성장
소설 속에서 질병은 단순한 병리학적 현상이 아니라 인간 존재의 특별한 상태로 그려진다. 토마스 만은 질병이 인간을 더 예민하고, 더 통찰력 있게 만들 수 있다고 암시한다. 이는 내 삶의 어두운 시기를 되돌아보게 했다.
내가 우울증을 겪었던 몇 년간, 나는 그것을 단지 없애야 할 장애물로만 여겼다. 하지만 「마의산」을 읽으며, 그 고통스러운 시간이 나를 더 깊이 생각하게 하고, 더 풍부한 감정을 느끼게 했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었다. 상처는 때로 우리를 더 깊은 인간으로 성장시키는 계기가 된다.
나의 마의산을 내려오며
소설의 마지막, 한스가 7년 만에 마의산을 떠나 제1차 세계대전의 전장으로 향하는 장면은 가슴 아프면서도 의미심장했다. 그가 아래 세계로 돌아가는 것처럼, 나도 이 책을 덮고 현실로 돌아와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의산」은 단순한 소설이 아니라 내 삶의 일부가 되었다.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고 나서도, 그 여운은 쉽게 가시지 않았다. 한스의 여정은 끝났지만, 그가 마의산에서 배운 교훈—사랑의 중요성, 죽음 앞에서의 겸손, 시간의 상대성—은 내 안에서 계속 살아가고 있다.